청림출판 | 2011.06.10
p19
특별히 여행 에세이라는 형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로빌을 여행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똑같은 욕망을 욕망하게 되어버린 우리 사회의 욕망의 획일성이 오로빌에 와서 더욱 아파진 까닭이다. 갈수록 현란해지는 이 시절에 우리의 삶의 방식은 점점 더 다채로워지는 게 아니라 왜 더 획일적이 되어 가는 것일까. 언제부터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게 된 걸까.
지금 우리 사회는 주체의 과잉이 문제라기 보다주체의 실종이 문제인 것은 아닐까. 휘황한 거리에는 '나'라는 광고 문구가 넘치건만 왜 갈수록 나를 잃어버리며 산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나의 실종에 불안하면서도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하는 기이한 닫힌 회로. 출구 없는 일상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나'를 찾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과 함께 다른 삶의 풍경을 만들사는 이들을 훔쳐보고 싶었다고 할까.
p77
인연이 모여서 나를 만드는 거야. 그러니 인연이 다하면 너의 모패드는 다시 사라지지. 각각의 부속품들로 ...... 내가 지금 모패드라는 이름으로 있기 위해서는 각각의 부속품들이 인연 따라 조화롭게 서로를 붙잡아줘야 해. 서로 의존해 있는 거지. 그러니 존재는, 상호 의존한 연기緣起적인 모임체야. 영원불변하는 게 아니지.
지금 반얀 나무 밑에 서 있는 나는 있기는 있되 실체적으로 잇는 것이 아니라 연기적으로 있는것. 이런 '있음'을 지혜로운 이들은 무아無我라고 해.
혹은 공空이라고. 들어는 봤겠지?
*연기 緣起
모든 현상이 생기 生起 소멸하는 법칙. 이에 따르면 모든 현상은 원인인 인因과 조건인 연緣이 상호관계하여 성립하며, 인연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p107
교사들은 자신의 소명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우리는 아무에게도 가르치지 않아요. 아이들이 자기 자인 안에 가지고 이쓴 것들을 발현하도록 도울 뿐이지요.
p113
기억나는 스리 오로빈도의 말이 있다.
"아무것도 가르칠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먼 것으로 나아가라. 자신의 성장은 자신의 마음의 인도를 받아야한다"는 교육의 세 가지 원칙.
p123
은수가 낙서하듯 그린 그림들을 뜰에 내놓고 햇볕과 바람에게 구경시킨 적이 있다. 햇님이 은수 그림 끝내주게 잘그렸대. 그랫더니 은수는 살짝 부끄러워하며 웃는다. 그러더니 내귀에 대고 살짝 묻는다. "바람은?" 그런다. "바람은 뭐라고 해?" 응, 잘 그렸대. 눈매를 반달로 만들며 수줍게 웃는 은수.